직접 먹어보고 소개하는 제주 맛집 도감

[감귤랭 가이드] #14. 미영이네

제주도를 찾는 많은 지인이 먹어보고 싶어 하는 회 중의 하나로 ‘고등어회’를 꼽는다. 나이를 먹으면서 주변인들의 입맛이 다양해진 것인지, 아니면 고등어회가 조금씩 대중화되고 있는 탓인지, 확실히 예전보다 고등어회의 존재 자체를 모르던 것에 비하면 찾는 빈도수가 늘어난 듯하다.

고등어회라면 지난 감귤랭 가이드 #12. 덕승식당 편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제주도에 왔다면 꼭 먹어봐야 할 회 중의 하나다. 고등어는 성질이 급한 생선으로, 산패를 일으키기가 쉬워 산지가 아니라면 회로 먹기 어렵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잘 상해서 바닷가 인근이 아닌 육지, 수도권의 도시인들이 싱싱한 고등어회를 먹기는 쉽지 않다는 뜻.

오늘 소개할 식당은 모슬포항 근처에 위치한 미영이네라는 이름의 고등어회 전문 식당이다. 이름부터 소박한 것이 자그마한 어촌의 식당을 떠올리게 한다.  

등푸른생선의 대명사로 불리며 이런 생선에는 오메가3가 풍부하다는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고등어구이를 먹었던 나 같은 이에게 고등어는 그리 달가운 생선이 아니다. 흰살생선의 담백한 맛에 비해 기름지고 비릿한 맛 때문에 고등어구이는 그리 즐겨먹는 음식이 아니었다. 그러나 고등어회를 양념에 버무린 양파, 마늘쫑, 깻잎 등의 채소와 함께 싸먹어 본 뒤에 나는 내 고정관념을 다시 재정립해야했다. 흰살 생선의 담백함을 훨씬 더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붉은 살 생선의 적절한 지방층이 주는 고소함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사실 회 자체의 맛도 맛이지만 김에 같이 싸서 먹는 밥과 양념 된 채소들과의 조화 때문에 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미영이네 식당의 특징이라면 고등어회도 회지만, 회를 다 먹은 뒤 나오는 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횟집에서 나오는 매운탕과는 달리 이 집에서는 지리의 형태로 탕이 나온다.(지리고요 오지고요 고요고요 고요한밤이고요..ㅈㅅ)

처음 마주한 고등어 지리탕의 비주얼은 가히 충격적이다. 예전에 유행했던 와갤요리의 일종 같기도 한 것이(뒤틀린 화산섬의 어인족 토막 탕)선뜻 숟가락이 가지 않는 모습을 지니고 있다. 사진을 어떻게 찍어도 도저히 이쁘게 나오지 않는 비주얼이다. 탁한 회색의 국물에는 고등어 비늘 같은 찌꺼기 같은 것이 살짝 떠다니고, 고등어는 뭉텅뭉텅 토막 나 있어서 먹으면 무척 비리거나 식감이 꺼끌꺼끌할 것 같이 생겼다. 그러나 그런 모든 우려를 뒤로 한 채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는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맛에 웃음을 터뜨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인간의 상상력이란 얼마나 빈곤한가.

적당히 걸쭉한 국물에서는 고등어의 비린내는 하나도 없이 고소함만 최대치로 끌어올린 맛이 난다. 보통 횟집에서 나오는 매운탕이 생선의 비린내를 잡기 위한 선택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 집이 지리탕을 자신 있게 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배추와 생선 토막이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보자면 제주도의 전통적인 음식이라 불리는 갈칫국 등의 맑은 생선국과도 흡사한 느낌인데, 아마도 모슬포항에서 어부들이나 마을 주민들이 먹던 맑은 탕에서 이 집의 오랜 비법이 유래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가을철에 전어, 겨울철에 방어라는 공식을 갖고 있었다면,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고등어회라는 선택지도 잊지 말고 추가해놓자. 물론 고등어회는 사시사철 언제든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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