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같이 걷는, 그런 여행

SNS에 사람들이 올린 반려동물과 함께한 제주도 여행기를 읽었을 때 제일 아쉬웠던 점은 동반 출입이 가능한 카페나 음식점은 있어도 산책로같이 함께 걸을 수 있는 코스에 대한 소개가 없다는 점이었다. 직접 발로 밟고 여기저기 냄새를 맡기도 하며 주인과 함께 나란히 걷는 여행이 반려동물에겐 정말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제주견학 1화에선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산책 코스를 소개해볼까 한다.

공항에서 집으로 이동하는 도중, 보리는 계속해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제주도의 냄새가 새로웠는지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창밖의 냄새를 맡는 걸 멈추지 않았다. 보리가 제주도에 온 날, 이곳저곳을 보리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보리의 눈이 충혈돼 있기도 했고 다이어트를 하느라 몸도 지쳤을 것 같아 마을을 같이 산책하는 건 일단 보류했다. 짐을 다 정리한 뒤, '그래도 산책을 나가야 하나' 하고 보리에게 시선을 돌렸더니 보리는 이미 침대에 뻗어있었다.

이튿날, 아침 아홉 시에 우리는 산책하러 나갈 준비를 했다. 오늘은 보리가 마을의 냄새를 마음껏 맡도록 하려 한다. 강아지는 열심히 뛰어노는 것도 좋지만 후각을 자극하는 활동이 매우 좋다고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의 이곳저곳의 냄새를 맡는 산책이 아마 보리에겐 스트레스를 가시게 해주는 좋은 활동일 것이다.

우리 이제 월평마을 산책을 나가보자. 산책하러 나가기 전에 앞서, 일단 배변봉투와 새로 산 목줄을 챙겼다. 보리는 하루 두 번, 산책을 통해 배변을 처리한다. 보리가 싼 배설물을 챙겨야 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배변 봉투는 필수품이다. '제주도는 풀밭이 많으니 거기다 처리하면 괜찮지 않아?'라고 묻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여행객의 입장에선 어쩌다 한 번 지나가는 길이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그곳은 삶의 장소이자 생활의 장소이다. 때문에 배변 봉투를 지참하여 반려견의 배설물을 챙기는 것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기본 매너다.

한 가지 팁을 남겨보자면, 제주도는 그린하우스 라는 곳들이 있는데 이곳은 분리수거나 일반생활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다. 제주도는 쓰레기통이 있는 여행지가 별로 없다 보니 여행 중 나온 쓰레기를 처리하기 곤란할 때가 생긴다. 이럴 때는 제주도에서 이용되는 일반쓰레기봉투를 구매하여 그곳에 쓰레기를 챙겨둔 뒤 그린하우스에 버리는 곳이 좋다. 일반쓰레기의 경우 매일 수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객들은 반려동물의 배변 봉투를 이렇게 처리하면 편할 것이다.

새로 산 목줄은 조금 짦은 길이의 단단한 리드줄이다. 짧은 목줄을 산 이유는 갑작스럽게 지나가거나 나타나는 차들이 종종 있기 때문도 있지만 길을 돌아다니는 유기견들의 존재가 가장 큰 이유이다. 회사 팀원이 알려준 기사에 따르면 제주도는 전국에서 반려동물 양육률이 1위라고 한다. 그 비율 만큼이나 제주도내 유기동물이 계속 급증하고 있는데 이러한 이유는 반려동물을 목줄을 하지 않고 풀어서 키우는 가정들이 많아서 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때문에 길거리를 떠도는 동물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 위에서 말한 점들을 꼭 유의하자. 자칫하면 큰 사고가 날수도 있다.

보리가 살고 있는 곳은 '월평마을'이라는 곳이다. 이곳은 올레 7코스와 8코스가 만나는 곳으로 '월평 화훼마을'이라고도 불리는 곳인데 여름엔 하얀 백합이 이쁘게 피어나고 가을엔 귤밭이 노랗게 익어가는 곳이다. 근처에는 약천사가 있으며 좌우 지역에는 중문과 강정이 있다.

바다가 보이는 곳이다 보니 이곳을 걷다 보면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과 끝이 보이지 않게 쭉 펼쳐진 맑은 바다가 보인다. 제주도의 가을이 좋은 점이라면 항상 이런 맑고 깨끗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우중충하지 않으며 언제나 구름 없이 맑음! 또 공기는 얼마나 맑은가. 보리가 제주도에 도착해서 창문 밖의 냄새를 계속 맡았던 것도 아마 이런 점들이 느껴져서이지 않을까.

월평마을은 돌담의 보존 상태가 굉장히 좋다. 주변 마을이나 관광지와 비교해봤을 때, 돌담의 높이도 높을 뿐더러 위에 시멘트를 바르는 최근의 돌담 쌓기 방식보다 옛 풍습 그대로를 살린 정말 돌로만 쌓인 돌담들이 곳곳에 보인다.

월평마을에 와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돌담 안에서 싱그럽게 익어가고 있는 귤의 존재였다. 귤은 사서만 먹어봤지 귤이 자라는 모습이나 귤이 열리는 나무를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마을의 집집마다 심심치 않게 귤을 마당에서 기르고 있는 모습은 꽤나 진귀한 풍경이었다. 귤 뿐만 아니라 감, 레드향, 한라봉 등 다양한 종류를 볼 수 있다. 만약 하늘에서 마을을 내려본다면 주황색 물감이 곳곳에 뿌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귤은 돌담 안에 있지만 손을 뻗으면 닿을 위치에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고 귤을 따서는 절대 안 된다.

보리와 나, 우리 둘 다 귤을 먹어만 봤지 귤이 자라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뭔가 이 풍경과 함께 보리를 같이 찍어주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서 귤이 보이는 돌담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얼마나 난리를 쳤는지. 그렇게 높지 않은 곳에 올려놓으면 자꾸 내려오고, 그렇다고 높은 곳에 올려놓자니 위험할 것 같고. 다행히 적절한 위치를 찾아서 찍긴 했다. 만약 귤밭을 배경으로 찍고 싶다면 타이머를 설정한 뒤 같이 찍는 걸 권장한다.

위에서 말해놓았듯, 월평마을뿐만 아니라 제주도 어느 곳을 여행하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맘놓고 산책 하다 목줄이 풀려있는 강아지를 만나거나 옆에서 갑자기 우렁차게 짖는 강아지 때문에 반려동물이 놀라서 짖는 사건 사고가 일러날 수 있다.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내가 월평마을을 직접 걸어다니며 만든 안전산책루트를 공유하고자 한다. 위의 지도는 월평마을의 정확한 지도는 아니지만, 사람이나 차가 다니는 길을 기준으로 만든 지도다. 초록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안전루트이며 초록색 선 끝의 동그란 원이 보리와 내가 산책을 시작하는 곳이다.

POINT - 1, 월평 케로베로스

보리와 산책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우렁차게 짖는 개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주변을 둘러보면 비닐하우스 밖에 없는데 어디서 나는 걸까 하고 찾아보면 단독주택 2층 베란다에서 진돗개 세마리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바로 월평마을의 명물, 월평 케로베로스이다. 지도에서 세 마리 흰색 강아지 그림이 있는 곳이 이들이 있는 장소다. 마을에 전입 온 지 다섯 달째인데 아직 친해지지 못해서 이름도 성별도 잘 모르기에 난 그냥 이들을 케로베로스, 혹은 진돌이, 진순이, 진구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 친구들은 매우 예민한 친구들이다. 가끔 이 삼 형제(삼 남매)가 짖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크게 돌아가는 노력을 해도 어떻게 눈치챈 건지 저렇게 마중 나와서 짖는다. 저 친구들이 짖는 소리에 우리 까탈스러운 보리도 열심히 짖으며 주변이 시끄러워지기 때문에 항상 이 산책로가 난코스다. 이 친구들이 강아지만 보면 짖는 건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주변에 낯선 사람이 지나가거나 마을 주민분들이 집 근처로 지나가기만 해도 열심히 짖는다. 그럴 때마다 주인아주머니께서 낮고 엄숙한 목소리로 "야아~!!" 하며 호통친다.

가끔 월평마을을 지나다 이 케로베로스를 보게 된다면 같이 사진 한 번 찍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평소엔 보통 두 마리가 쳐다보고 있는데 조금만 더 기다리면 한 마리가 더 나와 완전체가 된다.

POINT - 2, 칠돈이

삐빅! 정체구간 입니다. 아마 다들 여기서 마우스 스크롤이 멈췄을 것이다. 이 친구는 월평마을의 인스타 스타 '칠돈이'다. 마을에 있는 흑돼지 집에서 키우는 친구인데 한때 페이스북 페이지와 인스타그램에서 이 친구가 자주 소개가 되곤 했다. 가게의 매출을 올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을 것이다.

다들 이 귀여운 친구를 보고 싶겠지만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위의 두 장의 사진은 2017년 6월에 찍은 사진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11월. 그렇다 5개월이나 지났다. 세월이란 독약을 마셔버린 우리 칠돈이는

개가 다 되었다.

마스코트와도 같았던 귀여운 표정과 똥꼬발랄함은 온데간데없고 늠름하기 그지없는 청년 하나가 우뚝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월을 조금 적당히 피해갔으면 좋았을 텐데 정면으로 받아버린 것 같다. 칠돈이의 위치는 지도에 있는 '케로베로스' 친구들 위치에서 10시 방향에 있는 흰색 강아지 그림이다.

POINT - 3, 월평동 자명고

이 친구는 마을의 초입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근처 돌담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다. 사람이 지나가기만 해도 짖어대서 '월평의 자명고'라고 별명을 지어준 친구인데 줄여서 '월자'다. 월자는 귀엽고 조그마한 친구지만 성격이 워낙 까탈스러워서 친해지기가 쉽지 않다. 칠돈이랑 케로베로스는 그래도 자주 얼굴을 보며 친해졌지만, 이 친구는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밖에 없나보다.

이쪽 지역은 산책하기가 조금 어려운 코스이다. 월자는 목줄을 하지 않는 친구다. 이 친구를 기르는 할머니께서 간혹 대문을 열어놓고 가시기 때문에 가끔은 저렇게 대문에서 빼꼼 쳐다보고 있거나 아니면 대문 앞길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을 때가 있다. 많이 짖어대는 친구이기 때문에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민감한 친구들은 이곳을 피해서 가면 좋다(안전산책루트는 이 친구를 피해서 가는 길로 되어있다). 이 친구의 위치는 지도에서 보이는 '칠돈이'의 위치 기준 1시 방향에 있는 조그마한 흰색 강아지가 있는 위치다.

POINT -4, 방울이

이곳은 월평마을의 유일한 카페(첫 번째 사진 왼쪽 나무문 건물)가 있는 곳이기도 하며 이탈리아 음식점 '뀌에떼'(첫 번째 사진 오른쪽 건물)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뀌에떼에 대해 궁금하다면 www.dailyjeju.co.kr/article/84). 개인적으로 이 주변을 제일 좋아한다. 식당 뒤에 넓은 공터와 그린하우스가 있기도 하고 이곳 주변에는 산책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곳에 나타나는 '방울이'라는 친구는 카페의 주인분이 기르는 강아지인데 볕이 좋을 때는 줄에 묶여 카페 문밖에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기도 어떤 때는 밖에 앉아있기도 한다. 이 친구는 워낙 순하고 겁이 많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또 웬만한 경우 이곳에 없기도 하다.

한 가지 조심해야 할 점은 이곳이 차들이 주로 드나드는 곳이라는 점. 뀌에떼의 명성 때문도 있지만, 마을의 모든 길이 이곳과 연결된 이유도 있다. 또 주변에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것도 한몫을 한다.

BE CAREFUL POINT. 이 부근은 조심합시다

마지막으로 지도에서 빨간색 원으로 표시된 조심해야 될 구간이다. 이곳은 강아지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지나가는 차가 잘 보이지 않는 길이기 때문. 길이 좁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주변에 주차된 차들로 인한 시야의 사각지대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위험 요소다. 때문에 강아지가 주인보다 앞서서 걸어가다간 큰일이 날수도 있다.

반려동물은 주인과 여행을 왔다는 것 사실만으로도 기뻐할지 모르지만, 오늘의 여행이 차를 타고 지나다니는 그저 그런 여행이었다면 잠시 월평마을에서 내려보자. 걸으면서 보이는 제주도는 다를뿐더러 반려동물과 함께 걷는 휴식도 남다를 것이다.

끝으로, 당신이 월평마을에서 반려동물과 산책하던 중 보리를 마주친다면 우리 함께 걷자. 친구와 함께 산책하는 경험 역시 반려동물에겐 잊지 못할 추억이 될테니.

<이 콘텐츠는 독립출판 '제주犬학'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되었습니다>

여행 정보펼치기

크리에이터펼치기

당신만을 위한 제주 여행을 완성해보세요

추천된 컨텐츠를 둘러보고 저장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여행 성향이 분석됩니다. 더 많은 컨텐츠를 볼수록 더 정확한 제주 여행 컨텐츠를 추천 받을 수 있어요.

당신의 성향에 맞춘 제주 여행

btn.message.kaka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