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는 브루어리 투어라 불리는 양조장 견학 상품이 상당히 잘 갖추어져 있다. 각 맥주 회사의 맥주가 만들어지는 원리도 보고 공장에서 갓 만든 신선한 맥주도 마시는 관광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관광지보다도 매력적인 곳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맥주인 카스나 맥스 등의 양조장? 혹은 공장 투어를 다녀 왔다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그나마 클라우드가 활성화되어 있는 듯하나, 이 같은 기존 맥주 회사들의 공장 투어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는 서울이 아닌 지방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 말인즉 단순히 공장 투어만을 위해 그 지역에 가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술을 좋아해도 외진 지역까지 가서 맥주 공장을 둘러본다는 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보니 풍문으로나 ‘카스도 공장에서 마시면 맛있더라’라는 이야기를 가끔 들을 뿐, 실제로 맥주를 제조하는 공장에 가서 먹어 봤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기는 드문 것이 사실이다. 아무래도 맥주가 만들어진 역사를 놓고 보았을 때 외국이 우리나라보다 맥주를 훨씬 오래전부터 만들어 먹기 시작했으니 당연한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특이하게도 우리나라의 가장 최남단, 서울에서도 가장 먼 제주도에서는 외국에서나 보던 양조장 투어를 가장 다양하게, 그것도 인터넷에서 예약만 한다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당연히 그곳에서 마실 수 있는 신선한 맥주는 덤이다.

나는 일행 한 명과 함께 제주에 생겨난 몇 종류의 맥주 공장 투어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생겨났으면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제주를 찾는 젊은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제주 맥주 투어를 다녀와 보았다. 아래서부터는 이런 투어를 부르는 다양한 명칭 중에 제주맥주 측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양조장 투어라는 용어를 쓸 것임을 밝혀둔다.

제주 맥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루어리인 브루클린 브루어리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본인들의 기술력을 이용해 새롭게 내놓은 지역 맥주라고 할 수 있다. 브루클린 맥주의 자체가 지역을 거점으로 탄생한 맥주임을 생각해보면 제주 맥주는 그들의 정체성을 그대로 갖고 와 한국에, 제주에 이식한 것이다. 

일단 앞에서 얘기했지만, 맥주 공장 또는 양조장은 기본적으로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 지역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주도는 기본적으로 ‘관광’을 위해 오는 섬이기 때문에 이곳에 자리 잡은 양조장들을 투어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큰 이점은 ‘온 김에 좋아하는 맥주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양조장 투어도 할 수 있다’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맥주만 마시러 오는 섬이 아니기 때문에 바다나 오름, 각종 관광지를 돌아다니다가 겸사겸사 양조장 투어를 겸할 수 있다는 점은 맥주 애호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점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제주 맥주 공장 역시 제주의 일반적인 관광지나 시내에서는 조금 떨어진 공장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가 아무리 커봐야 섬일 뿐. 우리가 맥주님을 영접할 공장은 렌터카 혹은 버스로도 손쉽게 찾아갈 수 있는 지역에 있다.

공장이 있는 지역에 들어서면 한눈에 봐도 어느 외곽의 공장지대임이 확연히 드러나는데, 삭막한 시멘트 담을 돌고 돌면 다른 공장들과는 이질적인 제주 맥주 공장의 모던한 자태가 눈앞에 드러난다. 당신이 맛있는 맥주를 맛볼 시간이 다가왔다는 뜻.

제주 맥주 공장에 들어서면 전반적으로 세련된 디자인과 디테일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맥주 공장이라는 컨셉에 맞춰 담금조를 닮은 금속장식이 문에 붙여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맥주를 마셔볼 수 있는 펍을 비롯헤 각종 굿즈를 사고, 투어를 시작하는 공간이 모두 모여있는 3층에 올라서면, 한없이 시골 같았던 바깥의 풍경과 안의 모습이 기묘한 대조를 이루며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깔끔한 디자인으로 이루어진 각종 굿즈들에 자연스레 눈길을 주고 난 뒤, 이날 양조장 투어의 알파이자 오메가, 처음이자 끝, 모든 것의 목적인 제주 맥주를 투어 전부터 마시기 시작했다. 3층에 들어서서 예약자의 이름을 말하면 클럽 입장권 혹은 놀이동산에 들어갈 때 주는 팔찌 같은 것을 주는데, 이 팔찌를 통해 한 잔의 맥주를 무료로 시음해볼 수 있다. 논-알코올과 알코올로 분류되는데 일행과 나는 당연히 알코올로 골랐다.

반짝거리는 은색과는 대조되는 투박한 손잡이로 이루어진 생맥주 기계에서 손잡이를 내리면 뿜어져 나오는 노란색의 액체는 애주가들을 언제나 설레게 하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생맥주 기계를 보는 순간부터 얼마나 맛있고 신선한 맥주를 마실 수 있을지를 상상하며 두근대고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한 잔 맛보는 순간, 신선한 맥주가 어떤 것인지를 온몸의 감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은 예전에 더블린의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를 견학한 뒤로 처음으로 겪어보는 일이었다. 양조장 투어라고 해봐야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와 제주 맥주 총 두 곳을 가봤다는 사실은 비밀. 

제주 맥주는 기본적으로 위트에일이다. 위트 에일이란 밀맥주의 일종으로, 맥주의 원료 함량 중 밀 맥아의 비율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맥주를 뜻한다. 제주 맥주의 맛은 엄밀히 벨지안 위트에일로 분류할 수 있다. 라고 하면 유럽여행을 가서 고딕건축 양식은 강조된 수직선에는 마룻바닥에서 아치까지 똑바로 연결되는 보조주와 방사상으로 퍼져 있는 장식 리브가 부착되어 있다. 등의 설명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니 조금 더 쉽게 풀어 설명해보도록 하자.

우리가 흔히 아는 벨지안 위트에일의 대명사는 벨기에의 호가든, 그리고 프랑스의 크로넨버그1664블랑, 조금 더 맥주를 많이 마셔 본 사람이라면 에델바이스 혹은 블루문, 맥덕이라면 셀리스 화이트나 히타치노 네스트 등을 떠올릴 것이다. 

여기까지 말했을 때 제주 맥주의 맛에 대해 짐작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텐데, 벨지안 위트에일는 상큼한 과일 향, 그리고 은은한 고수 향을 특징으로 하는 맥주다. 상큼하면서도 부드러운 맛 덕분에 라거를 벗어나 에일을 처음 마셔보고자 하는 초심자들에게도 흔히 권해지는 맥주이기도 하다.

제주하면 떠오르는 과일이 귤이니만큼, 제주 맥주가 귤의 시트러스함을 가장 잘 끌어낼 수 있는 벨지안 위트에일을 본인들의 첫 맥주로 정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제주에 사는 사람이므로 제주 맥주 양조장을 투어하기 전에도 몇 차례 캔맥주나 수제 맥주 집에서 생맥주로 접했었는데, 확실히 양조장 투어에서 마신 제주 맥주는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신선함과 맛에서 당연하게도 최상의 맛을 보여주었다.

제주 맥주는 맥주의 마리아주, 페어링도 중요시 생각하는 편이라고 설명하며 제주의 특산물인 회와 같은 생선 및 해산물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맥주라고 말하고 있다. 제주 맥주를 만드는 데 참여한 브루마스터 개릿 올리버가 맥주의 페어링을 중시하는 것을 생각하면 일견 수긍이 가는 설명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공장 한켠에 마련된 펍에서는 얇은 막대 과자 정도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가벼운 안주 정도는 들고 가서 함께 먹을 수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그렇다고 시장에서 회를 떠 가서 본격적으로 먹는 것은 피하는 것이 예의라는 것 정도는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저기 살아 숨쉬는 맥주의 영롱한 기포들이 보이는가?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맥주를 세 잔 정도 마시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나와 일행은 양조장 투어에는 이미 흥미가 살짝 떨어져 있었으나, 기왕 온 김에 신청한 시간에 맞추어 직원의 설명과 함께 마련된 투어코스를 돌아보았다.

어느 나라의 양조장 투어를 가든 결국 맥주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비슷비슷하다 보니 결국 인테리어나 투어 코스, 시설들의 깔끔함 등에 눈길이 가게 마련인데 제주 맥주는 그런 면에서 꽤 잘 되어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모던함에 초점을 맞춘 듯한 인테리어가 돋보였고, 과학실의 실험장비 같은 기구들을 보고 있으면 어릴 적 보았던 국립어린이과학관의 어른이 버전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미 성인이 다 된 어른들이 홉의 냄새를 맡으며 맥주가 만들어지는 화학적 과정을 직원의 설명에 따라 함께 돌아보며 감탄사를 내뱉는 광경이란. 머리가 크더라도 결국 사람의 호기심은 애나 어른이나 비슷한 것일지도.

제주 맥주 양조장 투어의 가장 큰 장점은 앞에서도 말했듯 역시나 ‘겸사겸사’의 매력에 있다. 제주에 놀러 왔는데 바다도 봤고 오름도 봤고 카페도 갔으면 결국 앞으로의 일정은 동어반복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테다. 그런 일정 중간에 양조장 투어를 껴 놓는다면 색다른 제주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맛있고 신선한 맥주가 주는 미각의 즐거움과 취함의 흥겨움은 덤으로 말이다. 아 참,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캔으로 된 제주 맥주는 디자인도 무척 훌륭하다. 제주를 떠나기 전에 기념품으로 몇 캔 사 가는 것도 제주를 기억하기 위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기념품으로 주려고 사 갔다가 혼자 다 마셔버렸다는 지인들의 경험담을 살짝 덧붙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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