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매우 쌀쌀해졌다 

제주도에서 오고 난 뒤로 보리랑 걸어서 다니는 여행의 빈도가 많았다. 근데 겨울이 되며 점점 날이 추워졌고 추워질수록 걷는 여행에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을 할까 고민을 하던찰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는데 바로 자동차였다. 회사에는 팀원들이 운전할 수 있는 회사 명의의 차가 있는데 그걸 운전하는 운전자가 없었다. 보리와 나의 좀 더 나은 제주도 트래블 라이프를 꿈꾸며 나는 운전면허시험에 도전했고 5일 만에 면허를 땄다. 운전을 하는 요즘 느낀 점이지만, 이렇게 편한 방법을 나는 왜 빨리 선택하지 않았던 걸까 싶다.

사실, 면허를 따면 보리와 바다를 제일 먼저 가고 싶었다. 하지만 제주의 겨울 바다는 보리가 즐기기엔 너무나 춥기 때문에 그다음 순위인 오름에 가기로 마음을 결정했다.

  보리가 차 멀미를 안한다면 좋겠지만, 보리는 육지에서 차를 탈 때 멀미를 했다. 그 때문에 차와 조금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차의 냄새가 낯설고 어색하지 않게 산책하다가도 뒷좌석에 같이 앉아서 간식을 먹기도 하고 차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단순히 사람 한 명이 한 곳을 여행하고 오는 거면 많은 준비가 필요 없었겠지만, 반려동물과의 여행은 조금 달랐다. 오름으로 놀러 가는 날 차에 여러 가지 준비를 해야했다. 차 뒷좌석엔 보리가 자주 눕는 담요를 캔넬과 함께 놓았고 가방에는 물과 물그릇, 약간의 간식, 그리고 배변 봉투와 목줄, 마지막으로 여행하면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담을 비닐봉지를 준비했다.

우리는 저지오름이라는 곳을 갔다. 이곳은 대한민국 아름다운 숲 대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명성에 맞게 주변 산책로와 분화구 주변으로 이루어진 둘레길이 너무나 잘 되어 있었다. 한 자료에 따르면 오름을 구분할 때 억새오름, 민둥오름, 숲오름으로 나뉜다고 하는데 저지오름은 대표적인 숲오름이라고 한다. 원래는 이 오름은 민둥오름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주변 마을 주민들이 하나둘 나무를 심고 가꾼 이 숲은 대한민국 아름다운 숲 대상을 받을 정도로 아름다운 숲이 되었다.

 제주도 여행을 다닐 때 차를 타게 되면 주차시설이 미비한 곳이 많아서 항상 주차에 대해 걱정을 하게 됐는데 저지오름은 주차장도 오름 입구에 매우 잘 마련되어 있었다. 저지오름을 찾아가는 한가지 팁을 주자면, 아마 네비게이션에 '저지오름'을 찍고 가면 주차장이 나오지 않아서 당황할 것이다. 둘레길 입구에서 네비게이션이 멈추게 될 것인데, 네비게이션이 멈춘 길에서 운전자 기준으로 저지오름을 우측에 놓고 길을 나선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주차장이 나오게 될 것이다.

보리는 오름을 오르는 내내 오름 곳곳의 냄새를 열심히 맡았다. 아마 집 주변에서 걷던 산책로의 냄새와는 다른, 새로운 냄새들이 보리에게 즐거움을 준 것이 아닐까.

  이곳 저지오름은 올라가는 둘레길이 약 2.3km이다. 높이는 1,350m이지만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그다지 높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보리 역시 오르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오름을 오르는 힘을 덜어주는 데는 주변 경관들이 주는 재미들도 한몫을 했다. 특히나 나무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어 만들은 숲 터널들을 지날 때는 잎 사이로 떨어지는 빛들이 물결처럼 파도치는 것처럼 보여 너무나 아름다웠다. 

주민들이 가꾼 마을 오름이라 그런지 오름 곳곳에 있는 사소한 배려들이 돋보였다. 특히나 길의 중간중간 밴치가 있어서 휴식을 취하거나 오름에서 사색하는 시간을 갖기 매우 좋았는데 이런 벤치는 보리보다 작은 소형견의 경우 잠시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 이용하기에 매우 적절했다. 보리의 경우 나와 함께 잠시 벤치에 앉아서 한숨을 돌리며 물을 마셨다.

 반려견이 오름을 같이 오르는 경우가 많을까. 보리와 같이 오름을 오르면서 나는 일종의 교감을 느꼈다. 항상 보리는 나보다 조금 빠르게 걷곤 했는데 같이 오름을 오르내리는 시간 동안 보리는 내가 옆에서 걷고 있는지, 내가 뒤에서 잘 따라오는지 살피고 옆에서 같이 걷기도 했다. 민둥오름이 아니여서 보리와 함께 뛰어노는 격렬한 행동은 하지 못했지만 같이 교감을 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시간이였다.

 오름을 갔다온 이후로 보리가 차를 타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산책 도중 회사 차 앞을 지날 때면 항상 뒷좌석 쪽에서 멈춰서 나를 쳐다본다. 아마 어딘가 우리가 떠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그러는 것일 거다. 그런 모습을 볼 때 마다 나의 기대감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아직은 멀미를 하긴 하지만 앞으로 우리의 여행의 빈도가 늘어난다면 더 길고 즐거운 여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더 좋은 여행을 우리가 느끼고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이 늘어간다.

<이 콘텐츠는 독립출판 '제주犬학'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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