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집을 떠나서 자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 삶에 딱 맞춰 최적화된 일상을 두고서 굳이 낯설고 새로운 곳을 찾는다는 건 그다지 생산적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성향에서 따져보자면, 밖에서 친구들과 술을 진탕 마시면서도 계속 시계를 확인하며 막차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같은 이유에서다. 불편하고 고생이 뻔한 마무리는 싫은 것이다.

 그런 나에게도 1년에 몇 번 외박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영화가 그 촉매다. 전주로 전주국제영화제를 보러가거나 부산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보러 갈 때다.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5일까지 머물기 때문에 항상 숙박을 미리 예약하고 가야했다. 하지만 이것도 영화를 편안히 보기 위한 ‘잠자리’일 뿐이었지 숙소는 내게 커다란 의미를 주진 않았다. 영화제에서 나의 일과는 아침 8시부터 하루종일 영화만 보다 저녁 11시에 들어오는 일정이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매년 가장 저렴한 숙소를 찾았고(주로 게스트하우스로) 가격에 맞춰 숙소는 매년 바뀌었다.

잠을 자는 공간이 내게 의미가 있어지기 시작한 건, 웃기게도 첫 제주도 여행이였다. 당시엔 파티 게스트 하우스 문화가 굉장히 떠들썩 했는데 그 ‘힙함’과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던 나는 제주도에서 가장 열심히 논다는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 에약했다. 그리고 그날은 자정 이후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난 여행에서 잠을 자는 장소는 단순히 ‘잠자리’ 정도지 그 이상의 의미를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내가 즐겼던 파티만 하더라도 숙박이 중요한 것이 아닌 그 숙소가 갖고 있는 ‘문화’에 내가 끌렸던 것이다. 그 문화로 인해서 내가 자는 곳이 단순히 몸을 뉘이는 곳이 아닌 하루의 마지막 여행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도 호스텔은 그런 의미로서, 어쩌면 제주도 숙박 ‘문화’의 한 축을 이끌어가려 하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제주도를 여행하는 수많은 여행자들에게 한동안 숙박 문화가 획일화 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서의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는 목표. 미도 호스텔이라는 공간을 유유히 걷다보면 그런 의지가 곳곳에 물들어 있다.

‘여행자들의 공화국’이라는 의미심장한 슬로건에서부터 굉장히 인상이 강하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빨강, 주황, 파랑으로 장식된 깃발이였다. 처음엔 그냥 걸려있는 단순한 천인줄 알았는데 그것이 바로 미도의 상징이었다. 나침반 모양이 가운데 그려져있는 깃발은 ‘여행자들의 공화국’ 이라는 정체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였다.

“헬조선이라고 다들 한창 말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 숙소에서라도 여행객들이 조금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마음이 컸어요”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윤덕진 대표는 여행객들이 맘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서 이 미도 호스텔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점은 미도호스텔의 뼈대에서부터 올라온 기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미도호스텔은 원래는 ‘미도장’ 이라는 이름의 여관이었다. 현재 East wing, West wing, Head quarter, 중앙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 미도호스텔은 West wing과 East wing의 두 공간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West wing에는 원래는 ‘미도장’ 여관을 운영하던 주인 가족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할머니 대를 포함한 3대가 살고 있었던 집. 그런 따뜻함의 역사가 기반에 묻어 있어서일까, 이 공간에서 나오는 편안함은 어쩌면 가족의 삶이 있던 공간으로서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 하다. 곳곳에 남아있는 옛 미도장의 모습을 찾는 것은 미도 호스텔에서 여행자가 경험할 수 있는 소소한 슬거움이다.

“중앙 공간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저녁이 되면 작은 전구들을 키고 공간에 조명들을 켜는데, 낮에도 이쁘지만 특히나 밤에 너무나 이쁜 공간예요. 여름엔 West wing 옥탑에서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해요”

4월이면 미도 호스텔에서 일한지 1년이 된다는 매니저 강연정씨는 이곳의 중앙 공간, 중정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East wing과 West wing 사이에 있는 이 중정은 잔디와 의자들로 꾸며져 있는데 미도 호스텔의 가장 큰 모티브가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공간은 개방되어 있지만 누구나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장소이다. ‘따로, 또 같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개인의 여행을 최대한 존중해주되 여행에서의 즐거움 중 하나인 다른 여행객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놓칠 수 없다는 대표의 철학이 만들어낸 공간이다.

특히나, ‘따로, 또 같이’라는 삶에 대한 존중은 미도 호스텔이 갖고 있는 문화에서도 나온다. 미도 호스텔은 신청자들이 같이 식사를 하는 ‘미도 미식회’를 여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들의 식사가 나가서 진행이 된다는 점에 있다. 모두가 공유하는 공간에서 시끄러워지는 것을 방지해, 조용히 쉬고 싶은 여행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겠다는 구성이다. 사실 여행이란 것이 모두가 같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조용히 있고 싶겠지만 누군가는 사람을 만나 자신이 오늘 걸어온 여행에 대해서 풀어놓고 싶기도 할 것이다. 때문에 두 가치관을 존중하며 더불어 충돌을 막으려 하는 세심한 문화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요. 그중엔 여성 분들이 주를 이루고요. 아마 요즘 안전에 대한 걱정이 숙소에 대한 선정까지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미도 호스텔은 여성 이용객에게 최적화 되어있지 않나 싶어요”

미도 호스텔은 도미토리룸 이용객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이중 60-70%는 여성이라고 한다. West wing의 경우 여성들만 이용할 수 있게 해놓은 공간이며 모두 도미토리로 이루어져 있다. East wing의 경우 3층으로 구성된 건물인데 1층은 도미토리룸으로 구성된 공간이며 남성용 도미토리룸과 여성용 도미토리룸, 혼성 도미토리룸이 있다. 2층과 3층은 개별실로, 도미토리룸이 아닌 완전한 개인의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쉬어가는 곳으로서의 기본적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기본에 충실하다고 해야할까요”

이곳의 편안함은 위치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제주도를 한바퀴 돈다고 가정했을 때, 서귀포는 일주 코스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중간에 맘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곳이다.

체크아웃 하는 날, 미도 호스텔에서 누적 10박을 하게 되면 얻는다는 시민권 획득 안내를 보았다. 이 공화국의 시민이 되면 준다는 여권과 스탬프. 한참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삶을 여행하면서 살게 된다면 이런 공간에서 자연스레 마주치는 인연들과 함께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어떤 때는 혼자 사색에 잠겨 있다가, 혼자가 너무 외로울 때는 다같이 공유하는 공간에 모여 문화를 즐기는 식으로. 더 나아가서는 나와 같이 맘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고 간단하게 술도 한 잔 하는 그런 밤. 그렇게 돌아오는 길에 하늘의 별이 너무 이뻐서 옥상에 누워 별을 바라보게 되는 삶. 나는 미도 호스텔에서 자연스레 내가 그리는 이상적인 여행을 상상했다.

미도 호스텔은 여행은 정확히 무엇이다 라고 말을 하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획일화된 여행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각자의 여행을 존중하고 그 여행자들의 짐이 잠시 오가는 곳. 그곳이 바로 미도 호스텔이다.

이런 공화국이라면 잠시 집을 떠나 이곳에서의 삶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이 공간에서 가만히 머물러 있는 자체가 여행이 될 수 있는 공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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