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의 첫인상은 언제나 낯설다. 로비는 위압감과 편안함이 적당히 뒤섞인 채로 투숙객을 맞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일반적인 숙소에 비교해 절대 싸지 않은 가격에서 오는 고급스러움도 호텔의 이런 인상에 일정 정도 한몫하고 있으리라. 호텔에 묵으러 오는 사람들이 누리고 싶은 감성이 단순히 편안함이 아니라 대접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호텔은 첫인상에서부터 그런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한껏 충족시켜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적어도 아무나 오는 공간은 아니라는 그 묘한 분위기가 감도는 듯하다. 사실 일정 금액만 지불한다면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이지만 말이다.

켄싱턴 호텔 제주의 모습도 첫인상은 여느 호텔과 비슷한 느낌이다. 잘 닦여 반짝이는 바닥, 낮은 조도의 오렌지색 조명, 단정하고 반듯해서 때로는 살짝 부담스러운 직원들의 태도.

동행인이 체크인하는 동안 가만히 주변을 둘러본다. 천장을 이루고 있는 돌에 작은 구멍들이 일정한 규칙 없이 뚫려있는 것으로 보아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듯하다. 제주의 모습을 담으려 한 흔적이 보인다. 2014년에 개관했지만, 호텔의 내부는 어딘지 조금 올드한 느낌이 든다. 제주의 호텔에 투숙하는 고객들의 연령대를 고려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켄싱턴이 개관하던 2014년만 하더라도 호텔은 젊은 사람들보다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어른들이 묵는 숙소라는 인식이 강했으니 일견 수긍이 가는 인테리어다.

언제나 여행의 숙소에서 체크인/아웃을 하는 공간은 독특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행이라는 여정의 선 위에서 숙소가 점의 역할을 한다면, 로비 혹은 리셉션은 그 점 위를 움직이는 또 다른 선들의 궤적이 어지러이 뒤섞이는 느낌이다. 

 체크인을 마치고 배정받은 객실로 향한다. 켄싱턴 호텔의 가장 큰 특징은 중앙의 홀을 둘러싸는 원형으로 복도가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객실로 향하려면 자연스레 중앙에 커다랗게 뚫린 홀을 감상하며 갈 수밖에 없는데, 이는 투숙객이 답답한 느낌 없이 탁 트인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대다수의 호텔이 이런 특징적인 공간, 탁 트인 중앙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켄싱턴 호텔 역시 과감하게 중앙을 동그랗게 뚫어 전 층에서 가운데 중앙 홀을 볼 수 있게 배치해두었다.

호텔 내부는 전반적으로 고풍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든다. 좋게 말하면 고풍스럽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고도 할 수 있다. 모든사람들이 나처럼 세밀하게 관찰하지는 않겠지만, 최근에 문을 여는 호텔들에 비교하면 가구의 디자인이나 관리상태에서 세월의 흐름을 엿볼 수 있었다. 로비에 비치된 늘어난 가죽 소파의 주름에서 받은 호텔의 첫인상이 크게 벗어나지 않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보자면, 젊은 감각이 느껴지는 인천 네스트 호텔 보다는 관록의 남산 하얏트 같은 느낌이랄까.

탁 트인 중앙 홀에서 객실이 모여있는 복도로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중앙 홀이 탁 트여 있지만, 그로 인해 너무 개방된 느낌이었다면 객실 영역의 좁은 일자형 복도는 오히려 그 극적인 대비 덕분에 아늑한 기분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객실 내부는 여느 호텔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묵은 방은 가장 일반적인 디럭스 룸이었는데, 창가에 놓인 의자와 테이블, 테라스의 의자 등은 나무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듯한 모양의 가구로 구성되어 있었다. 열대의 이국적인 느낌을 주려 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으나, 차라리 깔끔한 패브릭이나 원목재질의 가구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에 들어왔다는 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느끼는 때는 바로 발바닥에 와 닿는 카펫의 촉감을 느낄 때다. 신발을 신은 채로 카펫에 들어오는 어색한 경험은 언제 겪어도 늘 낯설다. 현관에 가지런히 신발을 벗고 들어와 실내화로 갈아신은 채 가지런히 정돈된 침대에 몸을 던져본다. 빳빳하고 무거운 이불과 베개에서 우리는 자본의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아, 돈이 많다는 건 늘 이런 침대에서 누워서 잠드는 일이겠지?’

객실 어매니티로 나오는 녹차 티백 등은 살짝 실망스럽지만, 네스프레소 머신과 캡슐, 그리고 무료로 이용 가능한 냉장고 안의 미니바 간식들이 위안을 준다. 욕실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바디용품이 몰튼 브라운이라는 것 역시 투숙객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온종일 돌아다니느라 지친 몸을 잠시 쉬어주었다가, 켄싱턴의 그 유명하다는 루프탑 풀에 가봤다. 요즘 호텔 대부분이 온수 풀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었으나, 지하에서 사우나를 이용한 뒤에 메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옥상으로 이어지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바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용객의 편의성을 세심하게 고려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옆에 있는 작은 규모의 바에서는 디제이들이 음악을 크게 틀어놓아 자연스레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근사한 풀 파티를 연상하게 했다. 수영장에 들어가지 않는 내가 바에서 술을 한잔 마시는 동안 동행인은 온수 풀에서 수영을 즐겼다.

수영장을 이용하고 난 뒤, 사우나에서 몸을 풀고 난 뒤 잠자리에 들었다. 호텔 침구류가 주는 낯설지만 포근한 느낌을 통해 여행을 떠나왔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다음 날 아침, 하늘거리는 커튼 사이로 내리는 부서지는 햇살을 받으며 잠에서 깼다. 호텔에 묵을 때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부서지는 햇살을 멍하니 쳐다보며 하얀 침대 시트 속에 게으르게 몸을 뭉그적거리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흘려보내는 시간. 세상 모든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은 시간이다.

편안한 휴식으로 가벼워진 몸을 이끌고 전날 이용했던 풀장 옆에 있는 헬스장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부터 운동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운동기구는 많지 않았지만 가볍게 러닝머신을 뛰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따로 운동용품을 챙겨오지 않은 투숙객들을 위해 운동복과 운동화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여행에 와서 운동복과 운동화를 챙겨오는 이가 얼마나 있을지 생각해본다면 세심한 배려가 아닐까.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 같은 세심한 배려를 더 오래 기억하는 법이다.

운동을 끝내고 사우나를 마친 뒤 상쾌한 기분으로 조식을 먹었다. 호텔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조식 뷔페. 사람들이 호텔의 인상을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는 또 다른 경험이기도 하다. 켄싱턴 호텔의 조식 뷔페 메뉴는 충실히 구성되어있었다. 호텔마다 즉석에서 조리해주는 요리가 하나씩 있게 마련인데, 켄싱턴에서는 다른 호텔과 마찬가지로 달걀 요리를 제공한다. 독특하게도 오믈렛이 아닌 에그 베네딕트를 먹어볼 수 있었고, 옆에서는 채끝 스테이크도 구워서 제공하고 있었다. 다른 메뉴보다도 이 두 가지의 메뉴와 빵, 디저트류가 인상깊은 조식이었다. 호텔에 오면 조식을 먹어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여행지의 긴장감 탓인지 괜스레 평소보다 부지런히 아침을 준비하게 된다.

소위 말하는 ‘호캉스’라는 표현이 대세로 떠오른 데에는 분명 하루 동안 내가 호텔에서 느낀 일종의 안정감과 대접받는 느낌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반영되어있다. 호텔에서는 하루 종일 내가 무엇을 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침구류를 세팅해주고, 모든 것이 갖춰진 곳에서 그저 먹고 마시며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기만 해도 충분하다. 나는 휴식을 취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것, 호텔의 핵심은 바로 이런 경험을 이용객이 만족스럽게 느낄 수 있느냐에서 온다.

분명 호텔이라는 공간은 가격 면에서 가볍게 즐길 수만은 없는 공간이다. 그러나 인원이 두 명 이상일 경우에는 가격에서도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프로모션들이 많이 있으니 제주에서 이국의 정취를 조금이나마 느끼며 호텔에서의 여유로운 하루를 즐겨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늘어져도 되는 곳,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호텔의 핵심은 이런 자유와 여유로움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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