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책방을 산책하다. 책방섬책 첫 번째, 인공위성 제주.

한동안 출판계에서는 책 표지를 가린 채 독자들에게 책을 판매하는 블라인드 북 방식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블라인드 북이란, 책의 제목 및 저자 등을 가린 채 독자들이 책과 관련된 최소한의 정보만 갖고 책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영국 옥스퍼드 블랙 웰 서점의 '노벨 서프라이즈'(A novel surprise) 매대나, 일본에서 진행됐던 ‘문고 X’ 이벤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본 따 우리나라에서도 은행나무 출판사가 ‘개봉 열독’이라는 이름 아래 책을 판매한 적도 있었다.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한 채 책을 구매한다는 이 신선한 방식은 의외로 독자들에게 꽤 좋은 호응을 얻어 책 판매 부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는데, 이벤트를 접한 독자들 역시 책에 대한 선입견 없이 책을 있는 그대로 읽는 경험을 새롭게 느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제주도에 있는 서점 인공위성 역시 이런 블라인드 북 방식으로 책을 판매하는 곳이다. 매달 하나의 질문을 쏘아 올린다는 콘셉트를 가진 인공위성은 서울 구로에서 시작되어 제주 안덕면, 그리고 얼마 전 생긴 부산 보수동까지 총 세 군데에서 매달 우리에게 질문을 건네고 있다.

최근 다양하게 생겨나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독립서점 혹은 동네 책방들의 매력이라면 책방 주인의 주관이 담긴 독특한 큐레이션을 보는 재미에 있다. 인공위성 제주는 매달 선정된 이달의 질문과 그 밖에 책 커버에 적힌 질문들을 통해 책을 선정하고, 그 질문들을 통해 손님에게 다가간다. 공간 안에 가득 들어찬 질문들 속에서 손님은 자연스레 자신에게도 그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를 향해 던져지는 질문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생각의 가지를 확장한다.

하얀색 커버로 둘러싸여 가지런히 놓인 책들에 적힌 질문들을 보다가, “서른이라는 나이에 대해 어떤 기대를 하셨나요?”라는 질문에 시선이 꽂혔다. 올해로 서른이 된 내게 그 질문은 마치 운명처럼 던져진 듯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책을 집어 들었다.

인공위성 제주는 서점이라고는 하지만 북카페의 느낌이 더 강한 곳이다. 서점이라기엔 책의 종류나 수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카페 공간이 굉장히 잘 되어있어서 그곳에 눈길이 쉽사리 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용한 분위기와 과하지 않아서 편안한 인테리어는 책을 읽기에 아주 좋게 되어있어서, 커피를 시켜놓고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인공위성 제주가 지닌 특징은 블라인드 북뿐 아니라 책을 기부하는 사람에게 커피 한 잔을 무료로 주는 아이디어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공간을 운영하고, 만들어 나가려 한다는 의지가 곳곳에 묻어있다. 기본적으로 서점이라는 공간 자체가 책에 애정이 없다면 만들기 힘든 공간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나는 멋쩍지만 내가 쓴 책 한 권을 기부하고 질문을 남겨 그곳에 나만의 질문위성을 쏘아 올렸다.

당신에게 쏘아 올려진 질문 하나, 제주를 찾는다면 인공위성 제주에서 나를 향해 건네는 질문에 대해 답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우리는 살아가면서 생각보다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방섬책의 한 줄

"다섯 번 도전하면 한 번은 성공하니까요. ‘내가 이건 안 맞는구나’하고 아는 것도 좋은 경험이에요."

주관적인 평

분위기: 책방보다는 북카페 느낌.

책 큐레이션: 블라인드 북이라는 특징. 책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나오는 쫄깃한 긴장감.

접근성: 인공위성 제주가 위치한 서귀포시 안덕에는 이렇다 할 관광지가 딱히 없어서 중간 기점으로 들르기엔 애매한 곳이다. 오설록 티 뮤지엄이나 환상 숲 곶자왈이 근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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