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사적인 이야기, 아주 사적인 제주 4화.

<달리기를 좋아하는 제주의 아일랜드인, Gavin Macarthur의 이야기>

한때 ‘러너스 하이’를 동경한 적이 있었다. 달리기를 일상처럼 뛰는 이들만이 느낄 수 있다는 어떤 황홀경. 신체의 활동이 극한에 도달했을 때 체내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을 통해 느낄 수 있다는 그 쾌락은 운동을 즐기지 않는 내겐 완벽하게 낯선 세상이었다.

굳이 러너스 하이가 아니더라도, 달리기는 선천적으로 운동신경이 부족한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운동중에 하나였다. 물론 빨리 달리지 못하는 관계로 계주주자는 꿈도 꿀 수 없었고, 체력장에서 100m달리기 성적은 늘 안좋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끝까지 내 두발로 코스를 완주하기만 하면 되는 운동이 바로 달리기였다. 

운동을 못하는 내가 달리기를 좋아했던 이유는, 달리기의 핵심이 좋은 성적이 아닌 버티는 것에 있기 때문이었다. 누가 더 오래 달릴 수 있는지, 누가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달리기의 시간을 묵묵히 감내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인내심. 달리기라는 행위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아일랜드라는 먼 섬나라에서 온 Gavin Macarthur 또한 달리기의 핵심은 속도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고 말한다. 섬에서 섬으로 온 외국인. 제주라는 섬의 어떤 매력이 이 외국인을 이곳까지 끌어당겼을까. 그는 제주도가 달리기를 위한 최적의 자연환경을 갖췄다고 말한다.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이름은 Gavin Macarthur 이고요, 아일랜드에서 왔습니다. 아일랜드 북서부의 Sligo라고 하는 작은 마을에서 왔어요. 제주도와 느낌이 비슷한 곳입니다. 저는 아일랜드와 영국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는데요, 공부를 마친 뒤에 아일랜드의 한 대학에서(National university of Ireland, Maynooth) 약 10년정도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면 교수였다는 얘기인데, 지금처럼 액티비티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나와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뭔가 나다운 일을 일관성 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일보다는 조금 더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거죠. 아시다시피 물론 쉽진 않은 길이지만,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식으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받은 적은 없지만, 실외에서 하는 액티비티에 어느 순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물론 어릴때부터 늘 수영이든 달리기든 좋아하긴 했지만요. 이제는 제 자신을 ‘outdoor experience provider’라고 소개하곤 합니다. ‘아웃도어 활동기획자’ 정도 될까요.

제주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사람들에게 적절한 실외 활동 경험을 제공함으로서 제주도민들의 건강과 삶의 스타일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제주의 건강한 야외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두모아 협동 조합’에서 비영리 자문 역을 맡고 있으며 향후 야외 활동의 장점에 대한 연구 또한 진행할 계획이다.)

새로운 형태의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호기심 많고 활동적인 관광객들과 건강한 지역 주민들과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낸다면, 지역 주민들에게 기존의 패키지 관광 투어는 제공할 수 없는 형태의 이익을 돌려주면서 지속 가능한 관광의 형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왜 하필 제주도였는지 궁금하다. 제주도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제주도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2014년에 오게 되었어요. 제주는 정말 멋진 곳입니다. 가볼 만한 장소가 정말 많아요. 특히 이 섬에 있는 많은 요소들은 제가 가지고 있는 막연한 생각들을 구체화하는데에 좋은 자양분이 됩니다. 이유는 다양하죠. 섬의 크기라던가, 섬의 모양이라던가, 섬의 지질학적 요소 등 모든 것들이 제게 자극을 줍니다.

많은 실외 활동 중에서도 특히 달리기를 좋아한다고 알고 있다. 달리기를 잘할 수 있는 팁 같은 것이 혹시 있을까?

제 경험상, 사람들이 달리기에 대한 오해를 많이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리기가 속도와 관련된 운동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달리기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도 컨트롤 즉, 통제력입니다. 너무 빨리 달리게 될 경우 우리의 몸은 금방 한계에 다다릅니다. 몸에서 산소가 부족해지면, 심장은 빨리 뛰고 호흡은 가빠집니다. 이런 산소부족으로 인해 근육 역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요.

그래서 달리기를 할 때는 일단 페이스를 조절하는 법과,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합니다. 즉, 달리기에 앞서 심장과 폐기능 향상을 우선하는 것이죠. 달리기는 우리가 심혈관 기능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게 된 다음에 시작해야합니다.

그래서 제가 프로그램을 통해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호흡하는 법과 우리가 달리는 동안 어떻게 우리의 몸을 통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페이스를 조절하고,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등의 요소들이 달리기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깨닫게 하는겁니다.

흥미로운 관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리기를 경쟁을 통해 먼저 결승점에 도달하는 스포츠로 인식하기 때문에 속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Gavin이 생각하기에 달리기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달리기는 자신의 주변 환경을 충분히 즐기고 감사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너무 빠르게 달릴 경우, 달리기는 그저 고통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죠. 그러나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며 달릴 경우, 주변 환경을 둘러보고 냄새를 맡고, 소리에 집중하며 개인의 주변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과 자연간에 직접적인 교감이 이루어질 수 있는겁니다. 그래서 저는 달리기를 일종의 명상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이 제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버스와 차에서 내려 두 발로 걷고 움직이며 섬에서 이런 종류의 경험들을 해보게 장려하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바라는 점이기도 하죠.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줄 수 있을까?

일단 제주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군데에 정착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뭔가를 끝내기 전에 “언제 떠날거다”라고 정해놓는 스타일도 아니죠. 일종의 ‘부랑자’랄까요. 계속 옮겨다니는 삶을 좋아합니다. 세상 밖의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거든요. 그렇지만 아마 당분간은 제주에 오래 머물면서 이 곳의 자연환경에 감사하며 많은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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