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먹어보고 소개하는 제주 맛집 도감

[감귤랭 가이드] #11. 뀌에떼(Quiete)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곳에 바다를 마주 보고 위치한 카페라든지, 한적한 시골 동네에 자리 잡은 아기자기한 소품샵 같은 곳들. 제주도를 여행하다 보면 가끔 엉뚱한 장소에 의외의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 가게들을 볼 수 있다. 이런 곳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서 토네이도에 휩쓸려 온 도로시의 집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런 가게들의 매력은 바로 이같은 의외성에서 온다.

서귀포시 월평마을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뀌에떼(Quiete) 역시 의외의 장소에 자리 잡은 식당이다. 이탈리아어로 고요를 뜻하는 이 단어는 식당이 위치한 월평마을의 분위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월평마을은 한창 포켓몬 고가 유행하던 시절, 근처에 체육관은 커녕 포케스탑도 존재하지 않던 동네다. 그러니까 흔히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위치할 법한 번화가이거나 한 곳이 절대 아니라는 뜻이다. 문자 그대로 작은 집들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 바로 월평마을이다. 마을의 평균 연령이 70대에 육박하는 그야말로 시골 촌구석에 이런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생겼다는 사실은 말로만 듣고선 쉽사리 믿기 힘들다.

그러나 ‘고요’라는 식당의 이름과 가게의 분위기, 그리고 그 식당이 위치한 월평마을의 조용함. 이 세 요소는 절묘하게 화음을 이루며 음식의 맛을 돋보이게 하는 데 일조한다. 음식 자체의 맛뿐만 아니라 그 음식을 즐기는 분위기의 일관성 역시 식당에는 꽤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데, 뀌에떼는 이 같은 일관성을 꽤 충실히 지키고 있다.

식당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오래된 제주의 가정집 분위기를 최대한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보수를 거친 가게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손님을 맞이한다. 흡사 이탈리아 어느 작은 지방의 가게를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면 손님 앞에 놓이는 식기 역시 고전적인 매력을 물씬 풍긴다. 인테리어부터 식기까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 같은 사실은 주인이 음식의 맛 뿐 아니라 내부의 분위기와 경험까지도 중시한다는 것을 손님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의 맛일 것이다. 아무리 인테리어나 식기 등의 외적인 요소들이 매력적일지라도 음식의 맛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없다면 그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터.

잘 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무척 다양하겠으나, 개인적으로 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탈리아식 수제비라고 흔히 알려진 뇨끼를 기준으로 삼는 편이다. 뇨끼는 감자와 밀가루를 섞어 반죽해 만드는 감자뇨끼(Gnocchi di patata)가 가장 유명한데, 우리가 흔히 먹을 수 있는 뇨끼의 80% 이상은 전부 감자뇨끼라고 해도 될 것이다. 이 뇨끼라는 것이 반죽을 직접 만들어야 하고, 그마저도 상당히 까다로운 탓에 주방장이 자신이 없다면 메뉴에 올라오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메뉴판에 뇨끼가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면 평균 이상은 한다고 생각해도 괜찮다. 이건 나름의 꿀팁 아닌 꿀팁이랄까.

뀌에떼에선 다양한 종류의 뇨끼를 선보이고 있는데, 단언컨대 우리나라에서 나는 이런 식감의 뇨끼를 먹어 본 적이 없었다. 요즘이야 수준급의 이탈리안 음식을 파는 식당이 꽤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먹은 대부분의 뇨끼는 너무 푹 익어서 퍼져있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한숟갈 떠 먹은 뀌에떼의 뇨끼는 감자 특유의 식감과 밀가루 반죽의 쫄깃함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식감이란 워낙 주관적인 영역이라서 개인차는 있을 수 있겠으나, 내게는 지금까지 먹어 본 뇨끼 중에서는 가히 가장 만족스러운 식감을 보여줬다. 거기에 더해 직접 기른 바질로 만든 바질 페스토의 향은 바질페스토 뇨끼의 맛을 한층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다.

* 나중에야 찾아보니 전에 한번 뇨끼의 식감에 대해 손님 중 누군가에게 혹평을 받았던 것 같은데, 그래서 지금 같은 식감으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그 손님은 뇨끼가 너무 퍼져있다고 했었나보다.

풍부한 맛과 향, 적절한 식감이 조화로운 바질페스토 뇨끼 외에도 나는 일행과 함께 까르보나라 파스타, 페퍼로니 피자를 함께 시켜 먹었다. 까르보나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탈리아 정통 요리법이라고 흔히 불리는 노른자만 있는 파스타가 아닌 크림소스가 조금 곁들여져 나왔다. 그러나 뇨끼 뿐 아니라 파스타 면 역시 생면으로 뽑는 식당답게 파스타면 역시 만족스러운 식감을 보여줬다. 물론 파스타의 맛이 적절하게 조화로웠음은 물론이다. 흔하게 보기 힘든 두툼한 베이컨의 맛은 덤이었다.

뇨끼 뿐 아니라,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흔히 나오는 식전 빵에서도 손님들은 감히 이 식당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페퍼로니 피자는 시키지 않았다면 아쉬웠을 메뉴였다. 식전 빵에서 느낄 수 있었던 예사롭지 않은 쫄깃한 빵의 식감은 따로 주문한 페퍼로니 피자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넘치지 않고 적당히 올라간 치즈는 고소한 맛을 한껏 끌어올렸고, 토핑 역시 너무 다양한 재료를 올리지 않아 빵의 맛과 적절하게 어우러지며 더욱더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제주의 어느 한적한 시골 동네에서 먹는 이탈리안 가정식 한 끼. 여기에 맥주를 곁들인다면 이국적인 느낌을 찾아온 제주의 여행자에게는 그 자체만으로도 인상적인 한 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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